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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10시 20분...
자기에는 너무 이른시간이고, 밖에 나가기에는 너무 늦은 시간이다. '니나 시몬'의 노래를 듣는다. 그녀는 소울이란 장르를 주로 부르는 가수다. 나는 언제 그녀를 처음 알았던가.. 중학생때 영화를 한편 봤었다. 약물에 중독되고 거리를 떠돌던 한 소녀.. 어느 가게에서 자신을 살피던 경찰의 머리를 권총으로 날려버린다. 경찰이 다가오기 전 이 소녀가.. 어두운 총격전으로 폐허가 된 가게의 한 구석에서 웅크리고 앉아 듣고 있었던 노래가 바로 '니나 시몬'의 노래였다. 난 그 소녀가 한말을 기억해내려고 애쓴다. 하지만 기억할 수가 없다. 다만 '니나 시몬'의 노래는 자신에겐 그 어느 것보다 포근한 그런 노래였다는 기억정도.. 언뜻 들으면 남자같기도 한 중성적인 목소리에 약간은 우울한 톤을 가진 목소리.. 하지만 듣고 있으면 편해진다.. 약간 졸리고..나른해진다. 방의 불을 꺼버린다. 어두운 창밖으로 이따금씩 차들이 지나가는 소리가 들린다. 난 냉장고에서 차가운 캔맥주를 하나 꺼내 마신다. 그리고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본다. 아직 형광등안의 형광물질이 아른거린다. 그리고 생각한다. Nina.. 침대에서 일어나 바지 주머니를 뒤져 구겨진 담배갑을 꺼내 구부러진 담배를 하나 꺼내 입에 물고 일회용 가스라이터로 불을 붙인다. 기분이 이럴 땐 조심해야 한다. 어떻게 후회할 일을 할 지도 모르니까.. 담배를 다 피우고 양치질을 한다. 그리고 침대에 눕는다. 잠이 들 때까지 '니나 시몬'의 노래를 들을 것이다. 눈을 감는다.. Nina.. ------------------------------------------------------------ 놀라운 우연일 지 몰라도 그녀는 내가 이상형으로 생각하는 '생의 한가운데'의 '니나 붓슈만'과도 같은 이름을 가졌다. 니나를 사랑했던 슈타인이 처음 니나를 보고 적은 글 - 1929년 9월 15일 - 새로운 여성 환자가 한 명 생겼다. 그 여자는 골칫덩어리다. 자기자신은 그것을 짐작도 못하고 있지만, 나를 이상하고 거북하고 물리칠 수 없는 방법으로 귀찮게 하고 있다. 한 주일 전, 그 여자는 진찰시간에 왔었다. 그 여자는 한구석에 웅크리고 앉아 있었다. 나는 처음에 어린 아이인 줄로 알았었다. 여위고 제대로 자라지 못한 소녀인 줄로만 생각했다. 그 여자는 한 번도 고개를 들고 쳐다보지 않았다. 그 여자의 차례가 올때까지는 두 시간이나 걸렸다. 마지막 환자였다. 그 여자가 문지방을 넘어섰을 때 내 마음속에서 무엇인지 변화를 일으켰다. 나 자신이 변화를 한 것이다. 나는 그 여자를 쳐다보았고 그 여자도 나를 쳐다보았다. 그러나 그 여자는 나를 보고 있지 않았다. 그 여자는 석회를 바른 벽처럼 창백했다. 그 여자는 두 손으로 허공을 짚었으나 의식을 잃기 전에, 그리고 내가 잡아주기도 전에 다시 기운을 차렸다. 그 여자는 한마디의 말도 없이 앉아서 구두끈을 풀기 시작했다. 나는 그녀의 발이 퉁퉁 부어 있음을 당장에 알 수 있었다. 나는 도우려고 했지만 그 여자는 내 손을 뿌리치고 양말을 발에서 홱 잡아채서 벗었다. 폐혈증이에요, 하고 그 여자는 무뚝뚝하게 말했다. 증세가 좋지 않게 보였다. 잠시도 지체할 수 없었다. 나는 헬레네를 소리쳐 불렀다. 그 여자는 두 눈을 감고 꼼짝도 안 하고 누워 있었다. 그래서 나는 그 여자를 쳐다보았다. 아직 한 번도 여자 환자가 나를 유혹한 일은 없었다. 그런데 그 여자는 나를 유혹했다. 그 여자는 아름답지는 않았다. 마르고 슬라브적인 얼굴에 고동색 피부를 가진 여자. 그 나이 또래의 젊은 처녀에게서 볼 수 있는 부드럽고 우아한 맛도 없고 젖은 듯 양쪽 관자놀이에 달라붙은 헝클어지고 먼지투성이의 머리카락을 가진 그런 여자였다. 그런데 그 여자는 내 마음에 들었다. 마치 광야의 바람에 휘날려온 듯이 그 여자는 고동색 피부를 하고 깡마르고 거부하는 자세로 진지하고 또 대단히 위중해서 그 곳에 누워 있었다. 나는 더 이상 그 여자를 바라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 나는 차를 준비하라고 헬레네를 불렀다. 내가 진찰실로 돌아왔을 때 그 처녀는 일어나려고 했다가 이번에는 정말 의식을 잃고 말았다. 내가 마지막으로 여자를 팔에 안나본 것은 십년 전의 일이었다. 여자는 가벼웠다. 그리고 열 때문에 뜨거웠고 먼지와 땀내가 코를 찔렀으며 아름답지도 않았다. 그러나 그 여자를 차가 있는 데로 안고 가는데 마치 침대로 안고 가는 듯한 기분이었다. 약고, 예민하고 질투심이 강한 헬레네는 무뚝뚝하게 물었다. 오빠는 언제부터 환자를 오빠 차로 모셨지요? 그 애는 그때 처음으로 내 대답을 듣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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